| 유럽연합의 녹색 의제(green agenda) 중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을 놓고 프랑스와 독일이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 관련 매체 유렉티브는 프랑스와 독일 양국이 산업 핵심부를 위협할 수 있는 의제인 에너지를 바라보는 심각한 견해차로 대립하면서 협력 전선에 뚜렷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원인은 2035년까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내연기관이 장착된 자동차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기로 예정된 협상안을 막판에 독일이 저지하고 나서면서 시작되었다.
독일은 유럽연합에 법의 발효와 동시에 합성 연료로 작동하는 연소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새로운 자동차의 판매를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보호주의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프랑스에서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연료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소위 노란 조끼 시위가 발생했다. 에너지 가격에 대한 논쟁은 프랑스와 독일의 긴장된 관계에 대한 여러 문제의 하나일 뿐이다.
올해 프랑스와 독일이 '그린 딜(유럽전력시장 개편, 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녹색 산업을 육성하는 방법을 내용으로 함)'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의견이 갈리면서 심각한 대립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선임연구원 크리스티안 에겐호퍼는 "양국 정부는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경쟁함으로써 갈등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올봄 가정용 난방 연료를 탄화수소로부터 전환하는 개혁안을 시행하는 한편 프랑스가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하였다.
프랑스는 유럽연합 내의 전력 시장 규제 완화를 통해 노후 원자로의 가동 수명을 연장, 국영 프랑스 전력청(Electricite de France SA)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지원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전력청은 긴급 재정 투입이 절실한 상황으로 1980년대와 1990연대에 가동이 시작된 56개 원자로의 운영 연속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25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원전 건설과 풍력과 태양광 용량 확장, 그리고 전력망의 업그레이드에도 자금이 투자되어야 하지만 프랑스전력청이 안고 있는 650억 유로에 달하는 부채는 큰 짐이 되고 있다.
양국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은 원자력이 유럽권의 긴박한 에너지 패러다임에 어떻게 반영될 것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있다.
독일은 지난해 서방의 모스크바 제재 강화로 가스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최근 원자력 발전시설 해체로 인해 전기 공급에 위기가 닥치자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작업(에너지 망 복구)을 진행 중이다.
독일은 만약 프랑스가 프랑스전력청에 지속 불가능한 가격(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녹색 의제를 시행할 경우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독일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공개토론회에서 "프랑스 에너지 인프라가 국유재산이라는 것이 이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반응은 프랑스 측 파트너인 브루노 르 메르가 앞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원자력 에너지는 프랑스의 마지노선"이라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하베크는 "내가 말하는 요점은 프랑스에 원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원전 운영자가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독일은 지속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과 석탄 사용 중단으로 전력 공급 중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고가 내려진 것과 달리 프랑스는 안정적인 전력으로 인해 독일에 비해 거의 50%나 많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웃 국가임에도 프랑스와 독일은 에너지 담론의 극단에 서 있어 서로의 입장 차를 조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은 마지막으로 가동 중인 원자로에 대해 단기 운영연장을 끝내고 영구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프랑스는 전력 공급의 거의 3분의 2를 원자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프라의 현대화가 필요하고 지난해 인프라 문제로 전례 없는 전력 요금 인상으로 인한 혼란이 있었던 점을 들어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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