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영업이익 6천억… 가전 제외한 반도체부문 수 조원 영업적자
- 연결기준 재고자산 최근 3년간 해마다 10조씩 늘어… 감산결정 ‘불가피’
- 경비 30% 감축 시 협력업체·납품업체에 직격탄… 내수 침체 가속화 우려
- 판관비 연결기준 69조·별도기준 34조… 경비 20조 가량 감축 추정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기부진으로 최근 감산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경비감축을 검토 중이며, 경비감축이 현실화 되면 내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천억을 기록했다. 가전사업부에서 수 조원의 이익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사업부문에서만 수 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탓으로 분석된다. 분기별 10조원 이상 냈던 영업이익이 금년 1분기엔 손익분기점을 넘긴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보인 반도체 수요 감소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중국 반도체 수출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최근 삼성전자는 1997년 IMF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감산 결정을 했다.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인건비와 연구개발비를 제외한 '업무성 경비 30% 감축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목표치를 30%로 두고 각 사업부서별로 감축가능한 경비가 얼마나 될지 검토 중인 단계로 경비감축이 현실화 되면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침체되고 있는 내수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비감축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2021년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은 삼성전자의 경영실적에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매출 추이가 2분기에도 계속될 경우, 상반기 손익계산서는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내핍경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2008년 4분기에 적자가 발생하자 삼성전자는 2009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기업 속성상 경비절감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내핍경영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전자의 지난 3년간의 재고자산은 해마다 10조 가량씩 증가해 왔다. 이는 생산 물량이 제때 팔리지 않아 창고에 재고로 쌓이고 있다는 의미로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거액의 재고자산이 해 마다 증가하면 원재료비와 재공품에 대한 원가부담과 장기적으로는 재고자산 감모나 평가손실을 인식해야 한다. 적정 보유 재고자산을 초과는 경우에는 오히려 보유 유동성을 악화 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약 4조원 가량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의 추이를 보면 약 120조원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계열사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해 유동성을 보충하여 투자에 필요한 실탄은 넉넉한 편이다. 기업이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보유자금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 유동성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2020년 122조, 2021년 121조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해에는 115조로 약간 줄었다. 이는 재고자산이 증가한 만큼 보유 유동성을 적절히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안정적인 매출과 매출원가율 그리고 판매관리비가 적정 규모일 때 보유 유동성은 투자재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의 지출항목이 불안정하면 미래 현금흐름을 불투명하게 하여 부채비율의 증가 등 유동성 수요가 늘어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삼성전자의 과거 3개년 매출원가율을 보면 2020년 61%, 2021년 59%, 2022년 63%를 보이고 있다. 2022년의 경우 매출액은 약 22조6천억원이 증가하였으나 매출원가는 23조6300억원이 증가하여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이나 현금의 증가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판관비는 2020년 56조에서 2021년 61.5조로 2022년에는 68.8조로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 증가에 따른 매출총이익은 1조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매관리비는 7.3조가 늘어 영업이익이 8.3조 줄어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 같은 점은 만약 반도체 사업부가 지속적인 적자를 보인다면, 현재 보유 중인 유동성 현금으로 향후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기거나 판매관리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 1분기의 매출액 63조원에 영업이익 6천억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부문과 가전 사업부문 양 부문을 합쳐 지난 1분기 매출이 거의 손익분기점 매출액수준으로 보인다. 더욱이 반도체 출하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면 손익분기점 매출액은 더 높아져야 하고 이는 과거에 비해 안전한계가 더욱 축소되어 적자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분기 이후 매출의 흐름이 반전되지 않으면 가전 사업부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생략 가능) 전체적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1분기 매출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 상반기 누적실적은 상당한 적자가 불가피해 보여 경영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감산을 통해 매출원가를 줄이고 경비감축을 통한 판관비를 축소하지 않으면 현재의 현금 유동성을 지킬 수 없는 셈이다. 또한 적자 폭을 최대한 줄여야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전망에 의하면 올해 4분기엔 메모리와 낸드의 시장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근 삼성전자의 감산결정으로 시장가격이 저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섞인 분석도 나온다.
◆ 불가피한 감산, 비용감축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30% 경비감축을 목표로 사업조직별로 불요불급한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분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살표 보면 국내 사업장의 비용감축 30% 목표는 판관비 기준으로는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해외사업장까지 감안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약 20조원의 판관비 감축이 예상된다, 반도체 생산업의 경우 대규모의 장치산업으로 거액의 고정제조간접비가 발생하며 연구개발비, 인건비와 설비투자는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고감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다시 투입되는 원재료에 대한 원가절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밸류체인에서는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감산으로 인한 원재료비와 함께 판촉비, 용역비 등 대부분 변동비성의 판매관리비가 중점 감축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와 3분기 매출액을 각각 50조원대로 추정한다면, 연간 약 20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결국 20조 원 가량의 경비감축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분기에 감축방향을 정하고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0조원 규모 총 20조원 규모의 경비감축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상의 비용항목을 보면, 변동비 성격이 강한 판매촉진비(7조원), 광고선전비(6조원), 서비스비(4조원), 외주용역비(6.5조원), 기타판관비(6조원) 등 약 29.5조원 가량의 경비가 중점 감축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같은 초거대기업의 경우 이러한 경비절감 의사결정은 수많은 협력업체의 납품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일반 소모성물품 납품업체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중소 협력업체의 수많은 종업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반 중소기업이나 개인들도 경기불안 심리가 작용하여 소비를 줄이게 됨에 따라 내수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혹시나 올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경비감축은 지속적인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불가피한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경영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도체 가격의 상승과 수요가 늘어날 때까지 긴축경영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득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원로 거시경제전문가는 "소비축소의 연쇄효과가 도미노처럼 GDP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와 국가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어 개별 경제주체들은 리스크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며, "삼성전자의 위기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경제도 IMF사태를 뛰어넘는 미증유의 스테그플레이션이나 퍼펙트스톰이 올 수도 있는 위기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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